본문 바로가기
글_모음

물고기 설교단 (목회자의 소명)

by 샬롬보금자리 2024. 6. 26.

유진피터슨의 목회자의 소명 책을 읽는데, 고래모양의 설교단 이야기가 나온다. 

"동유럽의 슐레지엔과 보헤미아에서는 한때 고래를 수직으로 세운 모양으로 설교단을 만드는 것이 유행했다. 설교자가 자기 자리에 가서 서려면 아래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배 부분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열린 입 쪽에 서야 했고, 거기에서 설교를 했다. 나도 늘 그런 강단이 있었으면 했다. " p. 229

저자는 이 설교단을 보고, 참된 복음의 소명을 떠올렸다. 물고기 배를 지난후에 도착하는 부활 소명이고, 하나님의 말씀 소명이 이렇게 형성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죽음의 내면(죽음 같은 절망과 소망 없는 상태)을 통과해서 형성되어야만 진정한 소명이라 할수 있다는 말인것 같다. 

여튼, 이 설교단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고 한 30분쯤 찾으니 잘 정리된 페이지를 찾았다. 번역기 도움을 받아 내용은 이해를 했는데, 혹시라도 이 페이지가 없어지는 날이 있을까 싶어 따로 옮겨두기로 했다. (출처: Big Fish In a Pulpit, Meltbellsicht)

 

1. 성 베드로 바울 교회(폴란드, 1708~1730)

<성 베드로 성 바울 교회 in Duszniki>

 

 이 설교단의 기증자이자 형식의 디자이너는 요한 프란츠 하이넬 목사였으며, 조각가 미카엘 쾨슬러가 완성했다고 한다. 이 교회는 폴란드 Lower Silesian Voivodeship에 있는 역사적인  Kłodzko County에 있는 작은 온천 마을,  Duszniki-Zdrój (두슈니키 즈드로이(두슈니키 온천), 과거 독일 Bad Reinerz(레이네르즈의 온천) , 과거 체코  Dušníky )에 위치해 있다. 위키백과를 보니, 2021년 12월 기준 약 4300명이 사는 관광지이고, 스파공원이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은 본래 실레지아와 보헤미아를 연결하는 무역로가 지나면서 철산업과 제직, 종이 생산이 발전되었지만, 1618년 30년전쟁이 터지면서 중단되고 쇠퇴했다. 1748년 미네랄 온천이 관심을 얻고 이후에 스파가 발달했다. 1826년에 16세의 쇼팽이 이 스파를 방문하여 치료받고 해외 첫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그래서 1946년부터 국제 쇼팽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설교단이 만들어진 것은 1708-1730년이라고 하는데, 앞서 정리했듯이 당시 이 지역은 보헤미아 왕국의 일부였다고 하는데, 번성하던 마을이 쇠퇴기를 걸을때 요나 이야기를 형상화한 설교단이 만들어진 것이라 할수 있다. 그 뒤에 수십년이 지나서 스파로 다시 도시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된 것 같다.

폴란드 동남부 내륙지방 도시

물고기 모양 설교단은 이곳 말고도 또 있다. 도브로슈프라는 폴란드 남서부 도시에 있는 성 헤드윅 교회에 간략한 형태로 되어 있다. 

2. 성 헤드윅 교회 (폴란드, 1750년경)

Silesian pulpit in Hedwig church in Dobroszów (18th century).

 이 교회는 비슷한 시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이 마을은 평범한 작음 마을이고, 현재는 116개의 주소(2016년), 113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3. 성 야고보 성당(체코, 1710)

  도브로슈프에서 멀지 않은 체코 크라토노히에 있는 St. James the Greater church에도 물고기 모양 설교단이 있다.

이곳은 농촌 마을로 600명정도가 산다고 한다. 이 교회는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는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St. James the Greater church를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바키노프 출신의 저택 주인 얀 아담 미치나의 아내가 스페인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산티아고에 있는 이 성당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사도 야고보의 매장지라고 하는 곳이다. 야고보 사도가 이베리아 반도에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전설과 은둔자 펠라기우스가 814년에 밤하늘에서 이상한 빛을 목격한 뒤에 발견했다고 한다. 어떻게 야고보의 무덤인지 알았을지는.. ㅠ.ㅠ (그런데 성경에 따르면 야고보는 사도들 중에 가장 먼저 순교했고 그가 죽은 곳은 예루살렘이다)

여튼, 아주 작은 농업 마을에 시집온 안주인이 신앙심을 발휘하여 교회를 지었고 여기에 당시에 유행하던? 인근 폴란드의 물고기 모양 설교단을 차용했을수 있다. 

pulpit in the St. James the Greater church in Kratonohy (ca. 1710)
St. James the Greater church in Kratonohy

 

4. 성 마틴 교회(체코, 1786년에 옮겨짐)

그외에도 체코 보실레츠에 있는 성 마린 교회에도 약식화된 물고기 설교단이 있다. 이 설교단은 본래 Třebon에 있는 St. Barbara 교회에 있던것을 교회가 부서지면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보실레츠  마을은 앞에 언급한 크라토노히보다 더 작은 농촌마을로 주민은 약 200명이라고 한다. 이 작은 마을은 베셀리 나드 루지니치 남쪽의 넓은 평야에 위치한 마을로, 호루시츠키와 보실레츠키 연못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예전에는 로젠버크 가문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조용한 시골마을... ) 이곳의 명소는 보실레츠 연못의 배출구에 걸쳐 있는 작은 다리정도이다. 

 

보실레츠 전경, 호숫가 교회, 호수 둘레 녹지, 호수 배수구쪽 다리

 

pulpit in the St. Martin church in Bošilec
pulpit in the St. Martin church in Bošilec

 

5. 성모마리아 탄생교회 (체코, 1746-1754)

체코 중부에 있는 므니코비체 마을에 있는 성모 마리아 탄생 교회에도 물고기 설교단이 있다.  이 마을 역시 그리 큰 마을은 아니라서, 과거에는 1천명에서 2천명 사이였는데 2천년이후에 와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2021년에는 4100명 정도가 사는 곳이 되었다. 이 마을은 해발 478미터인 베네쇼프 고지대에 있는데 1140년 로마네스크 대성당을 세운 사자바 수도원의 승려들(보헤미아 베네딕토회 수도원)에 의해서 설립되었고, 1421년에 이수도원이 보헤미안 종교개혁자인 얀 후스를 따르는 후스파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도 이후 30년 전쟁과 여러번의 화재로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물고기 설교단이 있는 이 교회는 1330년경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고, 1746년에서 1754년 사이에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앞에서 살펴봤던 물고기설교단들처럼 1740-50년 사이에 유행을 따라 설치된게 아닌가 싶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설교단을 라자르 비데만이라는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는 체코의 후기 바로크 조각 예술의 중요한 대표자로, 특히 마티아스 베르나르드 브라운의 뒤를 이은 세대 중 가장 중요한 인물로 여겨진다고 하니 작은 마을이지만 사제들이 나름 정성을 들여 만들었음을 추측할수 있다.

 

Church of the Nativity of the Virgin Mary, mnichovice(체코)

Church of the Nativity of the Virgin Mary 사진들

6. Lovrečka Varoš 교회 (크로아티아, 1780년대)

그 외에 체코 남단에 있는 크로아티아 지역의 작은 마을 Lovrečka Varoš(성 로렌스의 마을?)에도 1780년대에(가장 늦게) 만들어진 물고기 설교단이 있다고 한다. 

(좌) google review에서 가져온 사진, (우) 블로그에 있던 사진(해상도가 낮음)

Lovrečka Varoš church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주, 브리보베츠 시 Vrbovec, Zagreb County, Croati)에 있다고 한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호기심에 찾아본 건데.. 오랫만에 연구소 시절 생각하며 정리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런식으로 이 물고기 설교단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도 흘러갔겠지 싶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설교 단들은 뒤로 갈수록 단순해진다는 것과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데 있다. 대부분 작은 마을에 있고 알려져있지도 않다. 사실 모양이 그리 은혜스럽지도 않고 낯선 어색함을 구지 감수하고 설치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설교단은 그 자체로 이야기와 자세를 전제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유진피터슨은 물고기 뱃속을 지나는 설교자를 상상하며 부활 소명으로 새로운 것,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존재케 하신 하나님 말씀으로 전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내가 선택하며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바닥을 찍고 하나님에 대한 소망으로 전하는 말씀은 상상으로는 반가우나 실재로는 그리 살고 싶지 않다. 하늘에서 내려온 능력의 말씀을 선포하며 하나님 친구나 총애 받는 사역자 노릇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연고로 이런 물고기 설교단은 자취를 감추지 않았을까 싶다. 

물고기 설교단에는 못서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대로 목회가 아니라, 주님이 이끄시는대로 순종하는 사역, 내 능력이 아니라 믿음으로 감당하는 사역을 하고 싶은 마음은 올라온다. 그렇게 사역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