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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함께하는 삶 이야기

[ 브루더호프: 노래하는 사람들 ]

by 샬롬보금자리 2020. 3. 6.

*글이 무척 깁니다^^; 목차별로 읽기 원하시는 분은 https://shalomvil.tistory.com/66 여기서 읽으시면 됩니다. 

브루더호프: 노래하는 사람들 

 저는 첫째 아들과 함께 2020년 1월 10일부터 17일까지 7박 8일 동안 영국 남동쪽 로버트브리지(Robertbridge)에 있는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Darvell Bruderhof community)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의 짧은 생활이 여전히 여운이 남습니다. 가기전부터 다녀와서는 글을 써야지 했는데,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연구소 블로그를 통해서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왜(why), 어떻게(how) 방문했는지, 브루더호프에서의 삶은 어땠는지, 다녀온 뒤에 내 삶에 어떤 자극이 되었는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Darvell Bruderhof community

1. 브루더호프에는 왜 간거야? : 사랑으로 사는 삶을 찾아서

  개인적으로는 2014년 12월에 교회를 사임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만들어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고, 마치 흑암이 깊음위에 있다는 창세기 1:2의 말씀처럼 어둠속에 홀로 존재하며 아무것도 헤아려지지 않아 답답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살아온 인생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것 같은 혼란과 불안을 경험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전에 함께 동역했던 선배 목사를 통해서 브루더호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은 먼저 본인이 다녀온 뒤에 온 가족이 3개월동안 브루더호프에서 살다와서는 한국에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복음에 대해서 참된 교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언급이 되었고, 브루더호프가 정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건강한 예시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뒤로 브루더호프에서 나온 책들을 통해서 이런곳도 있구나 싶은 감동이 있었고, 듣고 읽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10월에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다음 사역으로 뉴욕으로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선교공동체를 이루는 선교사로서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선교단체 대표와 함께 뉴욕에 탐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뉴욕에서 가까운 우드크레스트에 브루더호프 공동체가 있어서 일정을 조율해서 방문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선교와 관련된 일정이 변동되면서 결국 브루더호프에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선교훈련을 받으며 단순히 교회나 선교단체라는 기독교 기관으로서의 공동체를 넘어, 함께하는 것(the with)이 복음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성경과 선교학, 이전에 경험했던 교회와 선교단체가 복음과 공동체(함께함)라는 주제로 통합되는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정과 교회, 사회로 나타나는 함께하는 삶의 어려움들을 더욱 깊이 알게 되었고, 브루더호프가 보여준 진실하고도 간절한 말씀에 순종하려는 모습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100년 역사 동안에 어느 다른 공동체처럼 흑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용서와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힘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개인적인 이유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첫째 아이에게 복음을 소개하는데 아빠의 말과 행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21세기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은 돈이나 지식이 보이지 않는 계층을 나누고 끝없이 노력해야 하기에 불안하면서도 권태감을 느끼는 세대로 여겨졌는데 연구소를 통해 복음으로 사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아들이 유튜브와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것을 마냥 지켜볼수만은 없다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내가 다 이루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가보자는 생각으로 아내와 의논했고, 아들과 단 둘이서 사랑으로 사는 삶을 찾아 브루더호프를 탐방하게 되었습니다.  

이 여행을 출발하면서 쓴 소식지에도 이런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https://shalomvil.tistory.com/64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Darvell community)

  그렇게 제가 간 곳은 영국의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였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아부다비를 경유해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비행기로 이동했고, 튜브(지하철-피카디리 line)를 타고 레스터스퀘어에서 내려서 Charing cross station(기차역)에서  로버트브리지(Robertbridge)로 기차로 이동했습니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15시간(경유),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브루더호프까지 4시간 정도 걸렸네요)

  미리 약속한 브루더호프 호스트인 클라스(Klass)가 기차역으로 마중나와주었고 한 십여분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 언덕 위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브루더호프 마을이 보였습니다. 영국의 1월은 일찍 해가 져서 금새 어두워졌지만 저 멀리 보이는 브루더호프에 대한 첫인상은 시골마을, 낯선 외국의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을 못찍은게 아쉽지만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하네요)

출처: 브루더호프 홈페이지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내가 만난 브루더호프를 표현하자면 "그들은 노래하는 사람들"입니다. 도착한 다음날 점심에 처음으로 공동체 구성원 전부가 함께 모였는데 그들이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찬양집이 있지만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른들까지 모두가 이미 외우고 있는 것처럼 한 목소리로, 동시에 근사한 화음으로 나뉘어 아름답게 노래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묻기도 하는데, 그때 노래의 선곡은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제안하면 다 같이 부릅니다. 반주를 하기도 한다는데, 보통 모이면 그냥 노래를 부릅니다. 아카펠라 합창 같은 느낌으로 너무 핏대를 세우지 않고 잔잔하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면서도 전체 목소리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노래를 부릅니다. 

학교가는 길 옆 집 풍경

  아주 단순하지만 새로운 이 노래가 새롭게 느껴지고 여운이 남는 감동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그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어떤 분위기였습니다. 솔직히 그들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높은 음악적 수준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옆에 앉은 분은 음정이 안맞기도 했거든요(^^;;). 그들이 노래하는 대상으로서의 하나님과 사람들(공동체 멤버들)에 대한 추구함과 연결됨 같은 분위기가 안개처럼 모임을 채워주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일을 할 때도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다 같이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콧노래를 부릅니다. 이 모습을 여기 저기서 보면서 유진피터슨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왕업(Kingship)을 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지 휘파람을 불며 일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맡겨진 일을 할때 흔히 나타나는 수동성을 능동으로 바꾸어 살아내는 표지가 이런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 현장을 경험하고 함께 일할수 있어서 덩달아 찬송가를 흥얼거렸답니다. 

  *호스트에게 문의하고 허락을 받고 녹음한 파일입니다.(노래 동영상)

 1) 노래 하는 사람들의 일상: It is simple. 

  우선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특징은 단조로움니다. 대체로 아침6시즘 일어나서 6시30분즘에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7시30분에 학교로 오라는 종이 울립니다. 어른들은 오전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작업을 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후 작업(아이들은 학교에서 오후 활동)을 합니다. 도중에 오전 10시가 되면 티타임을 갖습니다. 휴게실에 모여서 홍차나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이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어릴적 시골마을에서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한끼는 꼭 공동식사로(점심 혹은 저녁) 공동체가 함께 모여서 먹습니다. 그 외의 아침식사와 다른 한끼의 식사는 각자 집에서 간단히 먹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저는 호스트 가정에서 주로 식사를 했고, 한국인 멤버 가정의 초대로 함께 주일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멤버들끼리 기본적으로 공동체 모임을 가지며 특별한 안건이나 행사가 있으면 더 자주 모이기도 합니다. 식사와 모임, 작업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자유롭습니다.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하기도 하고, 애완용 가축을 키우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산책을 하고, 카드게임을 하기도 합니다(여기서 처음 알게된 게임도 곧 소개할게요^^). 길가에 망원경을 세워놓고 달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 모임장소

  공동체 예배는 주일오전에 한번 드리는 것 같습니다(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았네요). 하지만 그 예배가 한국에서 보통 드리는 예배와는 다릅니다. 일단, 예배로 모이는데,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입니다. 모여서 또 노래를 부릅니다. 외국어로 따라 부르는 찬양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악기나 반주 없이, 그리고 지휘자나 별도의 싱어(singer) 없이, 각자 자기의 목소리로 화음으로 어우러져 부르는 찬양이 아름답게 들려서 낯선 마음보다는 신선하고 매력있게 들렸습니다.

  그 뒤에는 성경 본문을 읽고 약간은 낯설게 설교가 아닌(?) 짧은 이야기를 듣고는 끝이 났습니다. 설교나 나눔을 기대했는데 노래와는 달리 너무 싱겁고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어색한 예배가 제게 보여준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께 집중해 있었고, 각자의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에 안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와서 이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이런 예배와 일상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삶과 많이 닮아있었는데 왜 이리 어색했을까 싶은 질문이 계속 내면에서 들락날락 거립니다.

 

2) 스페셜 미팅 Special meeting

  제가 머무는 동안에 평소에는 없던 2가지 특별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브루더호프 멤버를 받아들이는 모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결혼 25주년을 맞은 부부를 축하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두 모임 모두 브루더호프의 삶의 자세(spirit?)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멤버 모임 장소 가운데 놓인 테이블

멤버가 된다는 것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은 멤버와 멤버가 아닌 사람이 함께 살아갑니다. 멤버 미팅에 참여하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구체적인 차이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경계는 어떤 제약이 아닌 삶의 내용으로 구분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공동체의 멤버는 하나님이 자신을 공동체로 부르심을 확인하고 자신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살겠다고 자발적으로 헌신한 자라고 합니다.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21세 이상이어야 하고, 목사와 함께 성경을 읽으며 질문과 답변을 통해 공동체로의 부르심을 확인하는 일정시간을 갖고,자신의 의지로 공동체 멤버로 살겠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 전원의 동의로 멤버로 허입되어야 합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3명의 청년들이 멤버가 되었는데, 본래는 이 청년들이 멤버가 되기 위해 목사와 부르심을 확인하는 시간들을 가졌다고 보고만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보통은 공동체가 멤버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을 일정기간 지켜보며 허입여부를 검토 하는데, 이번에는 그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 분이 '이들의 의사가 분명하다면 우리가 왜 이 일을 오늘 당장 할수 없겠는가?'라고 질문해서 모든 사람의 동의하에 다음날 저녁에 멤버 허입식을 가졌습니다. 공동체 멤버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한명 한명 개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Elder들이 와서 안수기도를 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공동체 멤버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습니다. 마치 세례식 같기도 하고, 결혼식 같기도 한 영적으로 깊이 연결되고 하나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방문객으로서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할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자라면서 세례와 결혼을 직접 참여자가 되기도 하고 참석자로 있어보기도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신앙고백과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과정에 대한 거룩을 간직하고 그 안에서 넘쳐나는 기쁨과 축복, 사랑과 격려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가능하다면 한국교회가.. 그리고 내가 속한 예수 공동체가 이런 따듯한 교제를 나눌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여서 저의 호스트와 나눈 이야기를 좀 소개하자면, 이전에는 공동체 외부에서 공동체로 함께 살겠다는 사람들이 멤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요근래에는 공동체에서 자란 2세, 3세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에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믿음을 추구하는 부모의 삶이 계승되는 면에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 밖의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너무 자신의 공동체 안에 함몰되어 있는건 아닌지 성찰한다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신앙과 삶이 계승되는가에 대한 우려와 세상으로 떠나고 세상에서 돌아오는 자들의 숫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생각할 때, 이런 브루더호프에 관심이 갑니다.

직접 종이에 그려서 만든 실버웨딩 축하 현수막

결혼 25주년, Silver wedding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는 결혼 25주년이 되면 온 공동체 멤버들이 실버 웨딩을 축하 합니다. 마침 제가 그곳에 머무는 동한 한 부부가 결혼 25주년을 맞았습니다. Silver wedding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새로운 결혼식 같이 부부를 꽃 아치로 장식된 테이블에 앉게 하고는 근사한 저녁식사가 나왔습니다. 평소에도 맛있기는 했지만 검소한 메뉴들이었다면 이날은 두툼한 Pork stake가 나온 파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예배는 아니었지만 하나님 앞에 감사하는 시간이 있었고, 하나님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가 있었습니다. 이 부부의 자녀들을 시작으로, 중년의 친구들이 나와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연극과 꽁트를 하고, 초등학생들과 청년들이 축하하는 공연과 합창을 근사하게 선보였습니다(브루더호프 학교에 간지 며칠되지 않은 지용이도 이 부부에게 음료를 전달하는 순서에 참여했어요^^). 마지막 즈음에는 이 부부가 25년전에 결혼한 사진들이 스크린으로 나왔고 그 사진들이 로비에 전시가 되었습니다. 아들만 5명(?) 있는 부부였는데, 아내는 예전에 유산한 딸을 기억하며 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한 부부의 결혼 기념일은 축하할만하고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헤아릴만 하지만 이토록 온 공동체가 축하하는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만큼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연스럽게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귀뜸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년 이상의 이혼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부부가 되어 25년을 사는 것을 아직 상상해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함께 살아온 날들을 헤아릴수 있고, 친구들과 교회와 함께 하나님 앞에 감사할수 있다면 정말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의 이혼이 전체 이혼의 33.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4년 이하 이혼이 21.4%를 차지했습니다. 이혼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5.6년으로 전년대비 0.6년 증가했습니다. (2018년 혼인,이혼통계 )

 

3)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

  브루더호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노래만 부르는게 아니라 실제로 먹고 마시고, 땀흘려 일하고 대화하며 살아갑니다. 만났던 사람들을 다 소개 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동안 머물면서 교제를 나눈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삶의 태도에서는 사랑과 섬김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특히 호스트가 되어서 공동체 생활의 시작부터 떠나는 길까지 함께해준 클라스 부부 이야기를 안할수가 없습니다. 이제 20대 후반의 신혼 부부인데 섬세하게 숙박과 식사를 챙겨주고, 공동체 이곳, 저곳을 소개해주고,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어서 공동체가 낯설고 어색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해주었습니다. 그저 맡겨진 책임 때문일까? 호기심도 생겼지만 이 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브루더호프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공동체와 신앙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정말 주안에서 한 형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체는 여러개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 이루고 산다

  브루더호프에 머무는 동안에 저는 가구공장에서 일을 했고,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큰 아이는 브루더호프에 있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주일을 제외하고 겨우 한주일 머물렀지만 일하는 가구공장에서도 공부하는 학교생활에서도 이들의 사랑과 섬김에 대한 태도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공동체가 만드는 가구들

  먼저 가구 공장은 Plaything이라는 어린이용 가구를 만드는데, 저는 잠시 머무는 게스트라서 그냥 나사를 조이거나, 포장하는 일 같은 단순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만난 브루더호프 멤버들은 두번 세번 검수하며 꼼꼼하게 작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흔히 이런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의 이익이 없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책임감을 갖지 않을 것 같은데,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만 전혀 기계처럼 일하지 않으면서도 여유와 성취감이 드러날 법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고 합니다;;)

공동체가 만드는 가구들

  그 가운데 섞여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일하다 보니 한국에서 다녔던 교회에 있던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바쁘고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누가 시켜서, 누구라도 해야하니까 하는 것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자기 집보다 더 사랑으로 교회를 돌보고 가꾸던 그 귀한 분들이 모여사는 것 같았습니다. 머무는 동안 몇번을... 이게 가능할까? 왜 이렇게 헌신할까.. 하는 놀람과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구를 만드는 이 공장에 아침부터 오후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8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도 나와서 사소한 일이라도 거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일의 결과와 효율성을 넘어서는 사람의 존재감이 넘쳐흘렀습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 내에 있는 학교는 공동체 멤버들을 위한 학교입니다. 단지 아이를 돌보거나 공부를 가르치는 것 이상의 가치(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소망)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브루더호프에 간 큰 아이는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일주일동안 학교를 다녔습니다. 가기전부터 학교에 잘 적응할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담당 교사가 먼저 찾아와서 아이들과 어울릴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니 수업도 참여하기 어렵고, 아이들과 활동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직접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인 저에게 의사를 물어가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선택할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제 아들은 이번 영국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이 브루더호프라고 답합니다. 어쩌면 어린 아이에게도 한 사람으로 온전히 대우하는 서양의 문화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면서도, 지식 습득 이외에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서 함께 오길 잘했다 싶고, 다음에는 온 가족이 같이 가보면 좋겠다는 욕심까지 생깁니다. 

주일 예배 후에 마차 타고 바람쐬기

  이들의 사랑과 섬김의 태도가 느껴지는 또 다른 기억은 어린이들을 양육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맞이한 주일 예배 후에 마차 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고 올건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초대를 받았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시차적응도 할겸 나갔더니, 4-5살 정도 되보이는 딸아이를 데리고 마차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고오는 길에 저와 아들이 함께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것 같은 마차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Robertbridge 끝까지 다녀왔는데 너무 신났습니다. (이런 마차는 처음이라 ^^;). 그런데 공동체로 돌아와서 마차를 정리하면서 말들에 씌워진 마구를 벗기길래 제가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이 아이가 부모를 도울수 있는 법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뺏지 말아달라"고 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켜보니 이 작은 꼬마 아가씨가 무거워 보이는 마구를 땅에 끌면서 헛간까지 날랐습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이런 태도는 학교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오전에는 교실에서 주로 영어, 역사, 수학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공동체에 필요한 작업들을 한다고 합니다. 너무 힘든 일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배울수 있도록 건초를 나르거나, 장작을 패는 일 같은 작업들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공동체에 머무는 동안에 오후에 길에서 아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장화를 신고 외발수레를 끌고 아이들과 함께 가길래 어딜 다녀오냐고 하니 장작을 날랐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밭에 가자고 하면 힘들어서 싫다던 녀석이 옷에 진흙을 뭍이고도 싱글벙글이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는 농사를 짓는 수업이 있다던데 그런 비슷한 차원일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전체 모임 장소에 걸려있는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글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브루더호프에서 머물면서 느껴지는 또다른 주요한 특징은 바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입니다. 단순히 사유재산을 갖지 않고 모든 재정을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들이 공동체로 모여사는데 필요한 멤버로 서약하는 과정부터 결혼, 진로에 대한 부분에서 그런 태도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이미 앞서서 ( 2)스페셜 미팅, 멤버가 된다는 것에서) 멤버로 서약하는 과정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들은 멤버가 되려는 목적, 동기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단순히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살기 위해 모여 사는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 멤버가 된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자칫 공동체로 모여사는 것만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질수 있지만, 이 부분에서 바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기에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진지하게 살피도록 한다고합니다. 부모님이 여기 살고 있고, 내가 여기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공동체로 부르셨음을 확인하고 자신의 의지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멤버로 살기로 서약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공동체에 남아주기를 바라면서도 자녀가 자신의 부르심을 공동체에서 찾지 못하면 온전히 그 결정을 존중하는 이런 모습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이라 할수 있을 것입니다.

공장 옆에 있는 화단에 있던 꽃?

  결혼 이야기

  브루더호프에 머물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고, 머무는 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해본 문제가 바로 결혼 문제였습니다. 우연찮게 호스트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어떻게 결혼하는지를 들었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남녀 단 둘이 만나는 개인적인 만남을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청년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다가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목사에게 찾아가서 상담을 한다고 합니다. 그럼 목사가 정말 그 형제, 그 자매가 내게 돕는 배필인지, 내가 그를 위한 배필로 부름을 받았는지를 점검할수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그 뒤로 그런 마음이 어느정도 확실해지면 목사의 허락을 받고 편지를 주고 받는다고 합니다. 전화통화도 아니고 카톡도 아니고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 받는데,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공동체에 떨어져 있어서 한번 연락하는데 몇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일이 지금 2020 원더키즈가 예고되었던 오늘날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서 무척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한 형제는 자기 아내가 자기 이전에 다른 형제를 좋아했었는데, 목사와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서 아내가 그 형제를 좋아하는 이유가 우람하고 힘이 있어 보이는 남성미에 끌린 것이었지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아는 것이  혹시 기분이 안좋지는 않느냐고 물었는데.. 오히려 자신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고 자기 그대로를 돕는 배필로 여기는 것이라서 기쁘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결혼에 대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 참 소중해 보였습니다. 

  물론 그래도 살면서 갈등을 경험하기에 때로는 아이들 때문에 때로는 부부 사이의 문제로 공동체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이혼을 금하기에 이혼을 한다면 공동체를 떠나야 한다고 함) 하지만 이런 일을 두고 뒤에서 수근거리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들의 어려움과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다른 공동체에 머물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고, 할수 있으면 갈등이 있는 부부가 회복할수 있도록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며 돕는다고 합니다. 교회 내에서 가정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 쉬운 한국교회의 현실과는 참 다른 면이라서 새로웠고, 가정과 공동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삼아 살려고 하는 모습이 참 도전이 되었습니다. 

 

맡은 역할과 소명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의 또 다른 본보기는 세상의 관점에서 통용되는 "직업"입니다.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목사도 있고, 학교 교사도 있고, 공장 엔지니어, 텔레마케터, 세일즈맨, 요리사, 운전기사, 농부를 비롯해서 공동체가 유지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일들을 나누어서 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신비가 현실로 바뀌는데, 바로 순종과 소명에 따라 그 일을 한다는 겁니다. 

  우선 목사는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목사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목사가 됩니다. 어릴적부터 봐오며 목사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추천하고 공동체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도 당연히 목사 가정으로 목양 사역에 집중합니다. 요청을 받은 사람이 거절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셨는지를 확인하고 응답하는 의미로 수락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목사를 하고 싶다고 할수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 공동체에 1-3명의 목사가 있다고 하니 그 공동체 안에서의 끈끈한 관계가 헤아려집니다. (재세례파 특징을 가졌기에 예배를 위한 목사가 아니라 목양을 위한 목사) 비인가 신학교에서 양성되는 정체불명의 목사들이 난무하고, 신학교도 사학재단으로 영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다른 모습이어서 더 새롭게 보였습니다. 

  목사 이외에도 다른 직분도 동일한 원칙으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본인이 수락하는 과정을 통해서 역할이 정해집니다.  개인 의사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본인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공동체 멤버는 공동체의 요청에 순종하는 것이 멤버라고 하니, 일차적으로는 소명을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순종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산책로를 걷다 찍은 사진

 

5) 공동체에서 자란 다음 세대의 진로

  일상을 단순하면서도 특별하게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다음세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교육에 관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어른들을 일깨우는 책들도 출간되어 있습니다. 브루더호프에게서 느낄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소명과 순종의 삶의 방식은 자녀들의 진로에 있어서도 동일했습니다.

공동체 책장에 있던 한국어 책들

  너무나 상식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이상적이라고 느껴졌던 부분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합니다. 최소 2년은 공동체 밖에서 생활하도록 하는데 이 때 다양한 선택을 할수 있습니다.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하거나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 생활한다고 합니다. (이때 이후로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이 학교나 진로를 정하는 기준이 공동체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공동체에 있는 할머니와 장애우를 위해 물리치료학과나 재활학과에 진학하고, 공장설비를 보강하기 위해 기술학교에 진학하고, 공동체 내에 있는 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하는 겁니다. 공동체 생활을 위해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하라고 하는데 이런 결정을 한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즐겁고 사랑하는 것,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릴 적에는 '아픈 할머니를 돕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고 하고, '우리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좀처럼 그런 꿈을 만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꿈꾸는 미래는 누구와 어떤 삶을 사는 것일까?" 아니, "내 삶은 누구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질문하게 됩니다. 

  돈과 성공이 직로 선택의 기준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 아니 이 시대에 도전이 되는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함께 동행했던 아들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우었는데, 자신은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만 답했습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저 자신의 바램이기도 했고, 아들에 대한 기대이기도 합니다. 이런 삶을 이미 현실로 살고 있는 브루더호프가 참 귀하다 싶습니다. 

헛간에서 숙소 올라가는 길

6) 안식 있는  삶

  이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의 또 하나의 보물은 바로 "안식"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육체로 일하는게 서툰 저에게는 공장에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게 약간 버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에 매몰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모습과 일하는 도중에 갖는 티타임과 점심시간, 그리고 5시면 일과를 마치고 저녁시간과 주말에는 개인적인 독서나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공동체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애완동물로 키운다는 젖소

  실제로 주변에는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게 아니라 그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책임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일에도 예배를 드리고 다시 직장으로 가야 하는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직장이 아니더라도 금요일 저녁 기도회부터 토요일, 주일을 교회에서 보내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의 독특한 문화 안에 있는 특수성이기도 하겠지만, 목사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예배가 안식이라고 우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말 쉼이 있는 삶, 회복의 여백이 리듬감을 갖는 삶이었습니다. 

  함께 나누는 음식이 단순한 식사로.. 먹는 일로 그치지 않고, 서로의 사랑을 나누는 자리가 되고, 자연스레 삶을 나누고 함께 즐거워하는 자리가 되는 삶은 언젠가 경험해본적이 있었지만 분명 일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동체에서는 그런 삶이 일상이 되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하나됨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외부자의 시선이라 그리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 수고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고, 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하하호호 웃는 모습은 너무나 좋아보였고, 그 안에 함께 머무는 것이 좋았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Pet(애완동물)으로 키우는 돼지

  한국에 귀국할 때즘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덕분에 지금 한국은 강제 안식중입니다. 따뜻한 봄이 되었지만 학교는 개학을 1주, 다시 2주 더 미루었고, 직장도 무급 휴가로 전환하여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회에 모이기에 열심이었던 한국교회가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오전예배 한번만 드리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주어진 이 여백에 많은 분들이 허전해하지만 한주 두주 지나면서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안식, 가정에서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보며 누리는 안식을 경험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어서 이 어려운 시간들이 지나서 교회에 마음껏 모여서 뜨겁게 예배하기를 고대하고, 얼른 학교로 직장으로 달려가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채우기를 바랍니다. 다만, 너무나 할일이 많고 바빠서 그저 마음으로 느끼는 안식으로서의 은혜나 위로가 아니라 시공간 안에서 몸과 관계들이 이완되고 편안해지면서 누리는 안식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머물던 숙소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7)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브루더호프 이야기는 바로 "공동체"입니다. 제가 공동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점은 "거짓 공동체"와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의 하나됨"입니다. 여기서 공동체 이야기 전부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브루더호프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는 근거들을 짚으려고 합니다. 

  브루더호프는 이전에 지도자의 위선으로 어려움을 겪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흑역사를 감추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미화하려 하지만 이 공동체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고난의 당사자였던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오히려 그런 역사를 지나서 용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성경이 노아의 술취한 모습, 믿음의 조상들이 거짓말하는 모습, 제자들이 예수님을 버린 모습을 감추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용서 이야기

  다벨에 머무는 동안 전체 모임이 있을때 한쪽 편에서 소란이 있었습니다. 한 분이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고, 다른 한분이 찾아가서 말을 했지만 끝내 화를 냈던 분은 모임을 떠나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불편한 분위기를 외면하려 하지 않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스캇 펙의 설명을 빌리자면, 거짓 공동체는 이런 불편한 분위기를 외면하고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하거나 그런 분위기를 만든 사람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나의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 나의 바램을 이야기 하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확신, 하나님이 우리를 여기(우리)로 부르셨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수 있습니다.

  수년 전에 스캇펙의 "Different drum"이란 책을 통해서 거짓 평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 예수님의 몸된 교회, 하나님이 짝지워주신 가정이 거짓 공동체로 가짜 평화만을 유지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고 정말 사랑으로 하나되기를 바랬습니다. 끝없이 노력하기는 하지만 어느 한순간 진실하게 마주한다고 영구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그 진지한 사랑과 배척이 뒤엉키는 것을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할수 있을까?! 교회가 정말 그런 진정한 한 몸됨을 경험할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브루더호프에 가기 전부터 그런 면에 있어서 관심이 있었고 이미 놀라운 용서의 이야기, 회복의 이야기를 접했지만 다시 한번 브루더호프는 참된 공동체의 면모, 그 다름과 불만을 억누르지 않고 대면하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다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참 반갑고 응원이 되었습니다. 

 

3. 내가 본 것, 그리고 내가 찾는 것 

  7박 8일 동안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머물면서, 아니 그 전에 공동체 방문을 희망한다고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부터 기대했던 것들을 많이 확인했습니다. 짧지 않은 이 글을 통해서 그 내용들을 하나 하나 기록하고 하니 속이 시원합니다.  다시 천천히 돌아봐도 브루더호프는 이 세상의 허물을 다 싸매는 유일한 답은 아닌게 분명합니다.(그대로 한국의 어떤 교회나 가정에 적용할 대안과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주목할만한 하나의 건강한 모델이라고 여겨집니다. 모델이라는 말이 상실해버린 인격성을 다시 회복해서 생명력이라고 부를 만한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섬김의 마음이 따뜻하게 살아있는 노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가를 분명히 보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에 대한 목마름으로 찾아 갔었는데 잘 왔다. 잘 다녀왔다 싶습니다. 하지만 더 큰 갈증을 느낍니다.  이번 방문 일정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닌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너무 겉만(좋은 점만) 보고 온건 아닐까 아쉬움이 있습니다. 동시에 다음에는 5식구 모두 함께 가서 공동체로 살아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더 분명하게 모아지는 초점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어떻게 살까'입니다.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삼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진정한 공동체로 한 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부단히도 노력하는 나를 어렴풋이라도 보게되어 기쁩니다. 

    이제 내가 찾는 것은 이런 '나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그렇게 살아갈 내 가족, 내 친구, 내 형제, 내 교회, 우리 교회, 모든 사람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며 예수님을 따라가며 샬롬을 노래하는 또 하나의 삶, 우리의 삶을 기대합니다. 

샬롬. 

 

번외.

https://shalomvil.tistory.com/72 브루더호프 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