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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함께하는 삶 이야기

브루더호프 (3) 그들의 스페셜 미팅

by 샬롬보금자리 2020. 3. 12.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2) 스페셜 미팅 Special meeting

  제가 머무는 동안에 평소에는 없던 2가지 특별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브루더호프 멤버를 받아들이는 모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결혼 25주년을 맞은 부부를 축하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두 모임 모두 브루더호프의 삶의 자세(spirit?)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멤버 모임 가운데 놓인 테이블

멤버가 된다는 것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은 멤버와 멤버가 아닌 사람이 함께 살아갑니다. 멤버 미팅에 참여하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구체적인 차이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경계는 어떤 제약이 아닌 삶의 내용으로 구분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공동체의 멤버는 하나님이 자신을 공동체로 부르심을 확인하고 자신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살겠다고 자발적으로 헌신한 자라고 합니다.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21세 이상이어야 하고, 목사와 함께 성경을 읽으며 질문과 답변을 통해 공동체로의 부르심을 확인하는 일정시간을 갖고,자신의 의지로 공동체 멤버로 살겠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 전원의 동의로 멤버로 허입되어야 합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3명의 청년들이 멤버가 되었는데, 본래는 이 청년들이 멤버가 되기 위해 목사와 부르심을 확인하는 시간들을 가졌다고 보고만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보통은 공동체가 멤버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을 일정기간 지켜보며 허입여부를 검토 하는데, 이번에는 그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 분이 '이들의 의사가 분명하다면 우리가 왜 이 일을 오늘 당장 할수 없겠는가?'라고 질문해서 모든 사람의 동의하에 다음날 저녁에 멤버 허입식을 가졌습니다. 공동체 멤버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한명 한명 개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Elder들이 와서 안수기도를 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공동체 멤버들과 일일이 인사를 했습니다. 마치 세례식 같기도 하고, 결혼식 같기도 한 영적으로 깊이 연결되고 하나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방문객으로서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할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자라면서 세례와 결혼을 직접 참여자가 되기도 하고 참석자로 있어보기도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신앙고백과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과정에 대한 거룩을 간직하고 그 안에서 넘쳐나는 기쁨과 축복, 사랑과 격려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가능하다면 한국교회가.. 그리고 내가 속한 예수 공동체가 이런 따듯한 교제를 나눌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여서 저의 호스트와 나눈 이야기를 좀 소개하자면, 이전에는 공동체 외부에서 공동체로 함께 살겠다는 사람들이 멤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요근래에는 공동체에서 자란 2세, 3세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에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믿음을 추구하는 부모의 삶이 계승되는 면에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 밖의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너무 자신의 공동체 안에 함몰되어 있는건 아닌지 성찰한다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신앙과 삶이 계승되는가에 대한 우려와 세상으로 떠나고 세상에서 돌아오는 자들의 숫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생각할 때, 이런 브루더호프에 관심이 갑니다.

직접 종이에 그려서 만든 실버웨딩 축하 현수막

 

결혼 25주년, Silver wedding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는 결혼 25주년이 되면 온 공동체 멤버들이 실버 웨딩을 축하 합니다. 마침 제가 그곳에 머무는 동한 한 부부가 결혼 25주년을 맞았습니다. Silver wedding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새로운 결혼식 같이 부부를 꽃 아치로 장식된 테이블에 앉게 하고는 근사한 저녁식사가 나왔습니다. 평소에도 맛있기는 했지만 검소한 메뉴들이었다면 이날은 두툼한 Pork stake가 나온 파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예배는 아니었지만 하나님 앞에 감사하는 시간이 있었고, 하나님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가 있었습니다. 이 부부의 자녀들을 시작으로, 중년의 친구들이 나와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연극과 꽁트를 하고, 초등학생들과 청년들이 축하하는 공연과 합창을 근사하게 선보였습니다(브루더호프 학교에 간지 며칠되지 않은 지용이도 이 부부에게 음료를 전달하는 순서에 참여했어요^^). 마지막 즈음에는 이 부부가 25년전에 결혼한 사진들이 스크린으로 나왔고 그 사진들이 로비에 전시가 되었습니다. 아들만 5명(?) 있는 부부였는데, 아내는 예전에 유산한 딸을 기억하며 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한 부부의 결혼 기념일은 축하할만하고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헤아릴만 하지만 이토록 온 공동체가 축하하는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만큼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연스럽게 어린이와 청년들에게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귀뜸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년 이상의 이혼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부부가 되어 25년을 사는 것을 아직 상상해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함께 살아온 날들을 헤아릴수 있고, 친구들과 교회와 함께 하나님 앞에 감사할수 있다면 정말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의 이혼이 전체 이혼의 33.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4년 이하 이혼이 21.4%를 차지했습니다. 이혼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5.6년으로 전년대비 0.6년 증가했습니다. (2018년 혼인,이혼통계 )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영국 브루더호프 탐방기)

1. 브루더호프에는 왜 간거야? : 사랑으로 사는 삶을 찾아서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1) 노래하는 사람들의 일상: It is simple.   (이전 글)
   2) 그들의 스페셜 미팅 Special meeting   (현재 글)
   3)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 (다음 글)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5) 공동체에서 자란 다음 세대의 진로
   6) 안식있는 삶
   7)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 
3. 내가 본 것, 그리고 내가 찾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