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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함께하는 삶 이야기

브루더호프 (4)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by 샬롬보금자리 2020. 3. 12.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3)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


  브루더호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노래만 부르는게 아니라 실제로 먹고 마시고, 땀흘려 일하고 대화하며 살아갑니다. 만났던 사람들을 다 소개 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동안 머물면서 교제를 나눈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삶의 태도에서는 사랑과 섬김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특히 호스트가 되어서 공동체 생활의 시작부터 떠나는 길까지 함께해준 클라스 부부 이야기를 안할수가 없습니다. 이제 20대 후반의 신혼 부부인데 섬세하게 숙박과 식사를 챙겨주고, 공동체 이곳, 저곳을 소개해주고,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어서 공동체가 낯설고 어색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해주었습니다. 그저 맡겨진 책임 때문일까? 호기심도 생겼지만 이 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브루더호프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공동체와 신앙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정말 주안에서 한 형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체는 여러개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 이루고 산다

  브루더호프에 머무는 동안에 저는 가구공장에서 일을 했고,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큰 아이는 브루더호프에 있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주일을 제외하고 겨우 한주일 머물렀지만 일하는 가구공장에서도 공부하는 학교생활에서도 이들의 사랑과 섬김에 대한 태도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공동체가 만드는 가구들

 

  먼저 가구 공장은 Plaything이라는 어린이용 가구를 만드는데, 저는 잠시 머무는 게스트라서 그냥 나사를 조이거나, 포장하는 일 같은 단순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만난 브루더호프 멤버들은 두번 세번 검수하며 꼼꼼하게 작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흔히 이런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의 이익이 없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책임감을 갖지 않을 것 같은데,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만 전혀 기계처럼 일하지 않으면서도 여유와 성취감이 드러날 법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고 합니다;;)

 

공동체가 만드는 가구들

  그 가운데 섞여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일하다 보니 한국에서 다녔던 교회에 있던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바쁘고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누가 시켜서, 누구라도 해야하니까 하는 것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자기 집보다 더 사랑으로 교회를 돌보고 가꾸던 그 귀한 분들이 모여사는 것 같았습니다. 머무는 동안 몇번을... 이게 가능할까? 왜 이렇게 헌신할까.. 하는 놀람과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구를 만드는 이 공장에 아침부터 오후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8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도 나와서 사소한 일이라도 거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일의 결과와 효율성을 넘어서는 사람의 존재감이 넘쳐흘렀습니다. 

 

공동체 내에 있는 학교

 

  브루더호프 공동체 내에 있는 학교는 공동체 멤버들을 위한 학교입니다. 단지 아이를 돌보거나 공부를 가르치는 것 이상의 가치(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소망)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브루더호프에 간 큰 아이는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일주일동안 학교를 다녔습니다. 가기전부터 학교에 잘 적응할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담당 교사가 먼저 찾아와서 아이들과 어울릴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니 수업도 참여하기 어렵고, 아이들과 활동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직접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인 저에게 의사를 물어가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선택할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제 아들은 이번 영국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이 브루더호프라고 답합니다. 어쩌면 어린 아이에게도 한 사람으로 온전히 대우하는 서양의 문화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면서도, 지식 습득 이외에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서 함께 오길 잘했다 싶고, 다음에는 온 가족이 같이 가보면 좋겠다는 욕심까지 생깁니다. 

 

주일 예배 후에 마차 타고 바람쐬기

 

  이들의 사랑과 섬김의 태도가 느껴지는 또 다른 기억은 어린이들을 양육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맞이한 주일 예배 후에 마차 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고 올건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초대를 받았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시차적응도 할겸 나갔더니, 4-5살 정도 되보이는 딸아이를 데리고 마차를 타고 동네 한바퀴 돌고오는 길에 저와 아들이 함께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빨간머리 앤에 나오는 것 같은 마차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Robertbridge 끝까지 다녀왔는데 너무 신났습니다. (이런 마차는 처음이라 ^^;) 그런데 공동체로 돌아와서 마차를 정리하면서 말들에 씌워진 마구를 벗기길래 제가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이 아이가 부모를 도울수 있는 법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뺏지 말아달라"고 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켜보니 이 작은 꼬마 아가씨가 무거워 보이는 마구를 땅에 끌면서 헛간까지 날랐습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이런 태도는 학교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오전에는 교실에서 주로 영어, 역사, 수학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공동체에 필요한 작업들을 한다고 합니다. 너무 힘든 일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배울수 있도록 건초를 나르거나, 장작을 패는 일 같은 작업들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공동체에 머무는 동안에 오후에 길에서 아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장화를 신고 외발수레를 끌고 아이들과 함께 가길래 어딜 다녀오냐고 하니 장작을 날랐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밭에 가자고 하면 힘들어서 싫다던 녀석이 옷에 진흙을 뭍이고도 싱글벙글이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는 농사를 짓는 수업이 있다던데 그런 비슷한 차원일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전체 모임장소 벽에 걸려 있던 에브하르트 아놀드의 글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영국 브루더호프 탐방기)

1. 브루더호프에는 왜 간거야? : 사랑으로 사는 삶을 찾아서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1) 노래하는 사람들의 일상: It is simple. 
   2) 그들의 스페셜 미팅 Special meeting
   3)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   (현재 글)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다음 글)
   5) 공동체에서 자란 다음 세대의 진로
   6) 안식있는 삶
   7)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 
3. 내가 본 것, 그리고 내가 찾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