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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함께하는 삶 이야기

브루더호프 (2) It is simple

by 샬롬보금자리 2020. 3. 12.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내가 만난 브루더호프를 표현하자면 "그들은 노래하는 사람들"입니다. 도착한 다음날 점심에 처음으로 공동체 구성원 전부가 함께 모였는데 그들이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찬양집이 있지만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른들까지 모두가 이미 외우고 있는 것처럼 한 목소리로, 동시에 근사한 화음으로 나뉘어 아름답게 노래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묻기도 하는데, 그때 노래의 선곡은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제안하면 다 같이 부릅니다. 반주를 하기도 한다는데, 보통 모이면 그냥 노래를 부릅니다. 아카펠라 합창 같은 느낌으로 너무 핏대를 세우지 않고 잔잔하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면서도 전체 목소리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노래를 부릅니다. 

마을 풍경

  아주 단순하지만 새로운 이 노래가 새롭게 느껴지고 여운이 남는 감동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그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어떤 분위기였습니다. 솔직히 그들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높은 음악적 수준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옆에 앉은 분은 음정이 안맞기도 했거든요(^^;;). 그들이 노래하는 대상으로서의 하나님과 사람들(공동체 멤버들)에 대한 추구함과 연결됨 같은 분위기가 안개처럼 모임을 채워주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일을 할 때도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다 같이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콧노래를 부릅니다. 이 모습을 여기 저기서 보면서 유진피터슨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왕업(Kingship)을 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지 휘파람을 불며 일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맡겨진 일을 할때 흔히 나타나는 수동성을 능동으로 바꾸어 살아내는 표지가 이런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 현장을 경험하고 함께 일할수 있어서 덩달아 찬송가를 흥얼거렸답니다. 

  *호스트에게 문의하고 허락을 받고 녹음한 파일입니다.(노래 동영상)

 1) 노래 하는 사람들의 일상: It is simple. 

  우선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특징은 단조로움니다. 대체로 아침6시즘 일어나서 6시30분즘에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7시30분에 학교로 오라는 종이 울립니다. 어른들은 오전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작업을 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후 작업(아이들은 학교에서 오후 활동)을 합니다. 도중에 오전 10시가 되면 티타임을 갖습니다. 휴게실에 모여서 홍차나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이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어릴적 시골마을에서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한끼는 꼭 공동식사로(점심 혹은 저녁) 공동체가 함께 모여서 먹습니다. 그 외의 아침식사와 다른 한끼의 식사는 각자 집에서 간단히 먹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합니다. 저는 호스트 가정에서 주로 식사를 했고, 한국인 멤버 가정의 초대로 함께 주일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멤버들끼리 기본적으로 공동체 모임을 가지며 특별한 안건이나 행사가 있으면 더 자주 모이기도 합니다. 식사와 모임, 작업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자유롭습니다.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하기도 하고, 애완용 가축을 키우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산책을 하고, 카드게임을 하기도 합니다(여기서 처음 알게된 게임도 곧 소개할게요^^). 길가에 망원경을 세워놓고 달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 모임장소

  공동체 예배는 주일오전에 한번 드리는 것 같습니다(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았네요). 하지만 그 예배가 한국에서 보통 드리는 예배와는 다릅니다. 일단, 예배로 모이는데,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입니다. 모여서 또 노래를 부릅니다. 외국어로 따라 부르는 찬양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악기나 반주 없이, 그리고 지휘자나 별도의 싱어(singer) 없이, 각자 자기의 목소리로 화음으로 어우러져 부르는 찬양이 아름답게 들려서 낯선 마음보다는 신선하고 매력있게 들렸습니다.

  그 뒤에는 성경 본문을 읽고 약간은 낯설게 설교가 아닌(?) 짧은 이야기를 듣고는 끝이 났습니다. 설교나 나눔을 기대했는데 노래와는 달리 너무 싱겁고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어색한 예배가 제게 보여준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께 집중해 있었고, 각자의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에 안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와서 이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이런 예배와 일상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삶과 많이 닮아있었는데 왜 이리 어색했을까 싶은 질문이 계속 내면에서 들락날락 거립니다.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영국 브루더호프 탐방기)

1. 브루더호프에는 왜 간거야? : 사랑으로 사는 삶을 찾아서  (이전 글)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1) 노래하는 사람들의 일상: It is simple.  (현재 글)
   2) 그들의 스페셜 미팅 Special meeting (다음 글)
   3)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5) 공동체에서 자란 다음 세대의 진로
   6) 안식있는 삶
   7)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 
3. 내가 본 것, 그리고 내가 찾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