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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

욥기 31장 / 변명하며 대답을 기다리는 욥

by 샬롬보금자리 2018. 2. 3.

<출처:구글검색- job suffering>


욥기 31장  말씀 묵상 / 변명하며 대답을 기다리는 욥

    1. 욥의 삶과 나의 삶.

31장에서 욥이 설명하는 자신의 삶의 모습은 참 대단합니다. 

아내 이외의 여인에게 마음을 준적도 없고(1,9), 재물을 너무 사랑하지도 않았고(24,25), 다른 사람들을 억울하게 하지도 않았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살펴 도왔습니다.(13,21) 나그네와 이웃들, 과부와 고아들을 돌보았습니다(16,18,32). 자신의 땅에 대해서, 자신이 거둔 소출에 대해서도... 의롭습니다.(38,39)


하나님이 욥을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신게 당연하게 보이고, 사단에게 시험하도록 내어주신 자신감이 그럴만 하다 여겨집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끄러워지고, 두렵습니다.

나는 감히 이런 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음란하고, 돈도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려하지는 않았지만,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하지는 못햇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을 이용하여 나를 진흙탕 속에 던져두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죄송하고.. 내 자신에게 부끄럽습니다. 
하나님이 오늘에 당장 나를 부끄럽게 드러내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나에게 징계를 하신다 해도.. 감히 항변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 안에 있는 마음을 발견하니 반갑습니다.


'나도 욥처럼 살고 싶다'


나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해야 할 한 여인, 아내가 있음을 알기에..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른 그 누구와도 바꿀수 없는, 견줄수 없는 그 사랑을 아내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돈을 필요로하고, 돈을 가지고 가족의 생계와 연구를 이어가지만, 돈 자체나 그 돈을 주는 사람들이 아닌 그 위에서 나의 필요를 채우시고 자신의 영광을 위해 아름답게 살도록 허락하신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더욱 필요로 하는 나자신의 실존을 깊이 만나고, 온전히 하나님 앞에 바로 살고 싶습니다.

고통하는 삶이 마땅한줄 여기면서도 그 고통에 신음하며 절망하고 엎드러진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복음을 알지 못해서, 복음을 오해해서 여전히 껍데기 삶을 부여잡고 일희일비하는 이들과 복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살리시는 그 삶을 살도록 돕고 싶어서, 함께 하고 싶어서.. 생명농업을 해보고도 싶습니다.

세월을 아껴 나를 더 단단히 세우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도록 나를 격려하고 세워가고 싶지만, 내 즐거움에 휩쓸려 하나님이 원치 않는 어리석음에 나를 내버려두고 싶지 않습니다.

욥은 의롭게 살고도 고통하지만, 나는 그래도 욥을 따라 의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2. 고통하는 자의 변명을 누가 듣는가?

욥기 31장을 읽으면서 욥의 억울함을 상상하게 됩니다. 왠지 답답함과 서러움이 어려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만일.. 만일..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11번- 5,7,9,13,19,20,21,24,25,26,38,39)
내가 언제.. 언제.. 언제.. 그러했는가(4번-16,29,33,34), 
실상은.. 실상은.. 그랬다..  말합니다. (3번-18,30,32)

이리 반복해서 말하던 욥은 구체적으로 두가지 소원을 말합니다. (34)

누구든지 나의 변명을 들어다오 나의 서명이 여기 있으니 전능자가 내게 대답하시기를 바라노라 나를 고발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고소장을 쓰게 하라 (욥31:35)

- 누구든지 나의 변명을 들어다오.. 

변명이라는 표현이 뭔가 옹색해 보이고 구차한.. 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욥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주변에 들어주는 사람이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습니다. 고통하는 욥에 대하여 친구들이 하는 말들은 맞는 말들 뿐입니다. 욥을 위로하러 왔지만 와서는 맞고 틀리고만 이야기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31장에 쓰여진 욥의 말은 길게 느껴집니다. 


물론, 욥의 친구들은 욥이 하나님 앞에서 바로서도록, 회개하고 다시 복을 누리기를 원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욥의 말을 듣지 않고, 욥의 말을 받아 다시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로 회개를 종용하는 태도에서.. 욥은 철저한 고독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나 역시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해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며 가르치고 변화시키려고... 이런 실수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이쯤 오니.. 지나간 날들에 만났던 이들에게 미안해집니다. 미안해.. 

누구든지.. 내가 도움을 주었던 자이든지, 내가 사는 모양을 보았던 자들이든지... 
그도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이라도.. 누구든지 나의 변명을 들어달라고.. 합니다.


- 전능자가 내게 대답하시기를 원하노라.. 

욥은 이런 절망의 순간에 하나님을 봅니다. 하나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잘못한게 있다면, 하나님께 혼이 나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하나님이 괜찮다.. 해주시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대답은 아직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봐주지 않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송사와 강권함만 있습니다.

욥의 답답함, 욥의 절망의 깊이가 헤아려집니다


나에게도 이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욥의 이런 절망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자신이 할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최선이라 말하기가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도.. 내 안에 있는 선한 의지로 친절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오해나 미움을 받을 때.. 나의 삶과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이들을 대할때... 어찌해야 할지.. 참 어려웠습니다. 물론, 하늘을 보며 하나님을 기다리면 시간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기도 했지만...

나에게 하나님은 참으로 침묵하셨습니다.
그래서 .. 너무나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돌아보니 그래도 욥의 친구들처럼.. 어설픈 위로나 주제넘은 충고는 없었지만... 
나의 변명을 들어줄 사람, 전능자의 대답의 부재가...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3. 지금도 말못하는 사람들, 금도 대답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

지금 나는 새롭게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기대하던 선교는 못갔지만, 이 나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할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하고.. 샬롬복음연구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목사님을 만나서 성화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어린이부를 맡아서 동역하게 되었습니다. 내 말을 할수 있고 같이 나눌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교회에서 ESF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습니다. 만나서 커피한잔 하자고 전화하면 달려나와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내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속상한 모습, 힘겨운 모습, 아쉬운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지금은 에덴동산마냥 행복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의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이들이 눈에 보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고통에 대한 하나님의 꾸중이나 위로를 듣지 못하고 홀로 광야에 서있는 이들을 봅니다. 
이들이 힘을 쓰며 자신의 고통을 절규할때.. 눈과 귀를 닫고 내 할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 고통의 울음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대답하지 않는 것 같은 하나님이 침묵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깨닫게 하고 변화시키려는게 아니라 욥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듣고 계시는 것이었다면 나도 그들 앞에서 침묵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하나님이 답변하시지 않는 것에 대해 함께 투쟁하고도 싶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기에 다른 그 누가 아닌 그 어떤 세상이 아닌 하나님께 답변을 듣겠노라고.. 함께 듣자고 골방에 들어가 대신 하나님께 부르짖고 싶습니다. 

오늘 말씀을 마주하고나니... 홀로 분주하며 나 자신에게 갖혀서 스스로를 힘겹게 하던.. 내 마음에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그들의 반가움, 기쁨과 성취감, 소망어린 바램들, 아쉬움과 속상함, 고통스런 신음과 소리내어 울지 못하던 눈물들이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이 녹아 똑똑 떨어지듯이 내게로 찾아옵니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한낱 돌덩어리보다 연약하고, 아둔하여 지혜가 부족한 나의 연약함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주시는 샬롬의 꽃이 피어나지 않을까 기다려집니다. 

잠시 침묵하며... 속삭여봅니다.

반갑다, 친구야. 내 변명을 들어준 것 처럼..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너와 함께 기도하고 싶다. 주님이 답변하신 것을 듣기까지...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