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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말씀묵상(소감)

출애굽기 일대일 마침소감 @정다운

by 샬롬보금자리 2019. 4. 30.

photo by 정다운 @제주도

출애굽기 마침 소감


조금은 느리게 흘러간 출애굽기 일대일이 일년이 넘어서 이제야 끝이 난다. 20과를 배웠던 것을 마침 소감 안에 담으려니 조금 부담스럽다. 어떤 이야기부터 풀어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써지는대로 써보려한다.

 

# 출애굽기 이야기 : 이스라엘의 출애굽, 모세와 하나님, 성막

 출애굽기는 이집트에 노예로 잡혀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고 광야를 전전하면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백성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랜기간 노예로 살던 관성 때문에 언약을 맺기까지, 성막을 짓기까지 발걸음이 더디다. 그 과정속에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 나오게 된 모세와 하나님은 인격적인 대면을 통해 모세 자신과 하나님,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이것 역시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출애굽기는 언약을 맺고 성막을 짓고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 힘의 세계관 vs 하나님 나라

 이집트를 탈출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노예였던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물리적인 해방을 넘어, 완전한 세계관의 이주를 촉구받았다. 힘의 세계관과 하나님나라의 세계관. 출애굽기 전반에는 이 두세계관의 대립과, 하나님이 어떤방식으로 힘의 세계관에서 하나님나라의 세계관으로 초청하시는지가 드러난다.

 

 일대일을 하고 소감을 쓰며 나에게는 여전히 힘의 세계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발견했었다. 나는 힘을 증오하면서도 동경했다. 그래서 노예였던 때가 더 좋았다고 불평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아있다는 걸 느꼈다. 경쟁과 효율의 관점으로만 다른 사람과 나의 삶을 비교하고 내 존재 자체를 해석했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 큰 능력과 물질적 자원이 필요하며 지금 당장은 그런 상태가 아니라 판단하고 비참해하며 나도 노예의 삶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모세 역시 힘의 원리로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나 힘을 가진자는 더 큰 힘을 가진 자 앞에선 무력해지는 법이다. 하나님의 역사에서는 더큰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너’와 ‘나’만이 있었기에, 하나님 앞에서의 ‘나’의 삶을 생각해야했다.  능력으로가 아닌 은혜와 회개로 누릴 수 있는 안전함이 있다는 것을 깊이 알게 되었다. 

 

#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거룩 그리고 자유

 노예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스라엘 고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제사를 드리는 것 마저 이방 신에게 대해서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며 그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고, 이스라엘은 그의 백성이 된다고 말씀해주신다. 그것은 결혼과도 같아, 하나님과 이스라엘만 맺을수 있는 거룩함이 있었다.

 

 그와 같이 나도 하나님의 백성이 되면, 하나님과 나만이 맺을 수 있는 거룩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되었다. 특히 날로 친밀해져가는 것이 느껴지는 모세와 하나님의 대화로부터 나는 거룩한 관계가 주는 자유함을 알게 되었다. 오직 ‘너’와 ‘나’만이 있는 곳에선 숨길것도 더 자랑할 것도 없기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무엇을 원한다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전에는 이 세상을 참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다. 훈련에서 힘든것을 참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지금은 참고, 내게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도 참고, 심지어는 맘에 들지않는 내 모습까지 참아내야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광야 여행의 끝이 있는 것처럼 이 삶이 끝나면 이제 끝 천국이다! 하고 행복할거라 생각했고 그게 믿음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말씀에 비출수록 그것은 여전히 종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완전한 자유가 있는 사람은 세상을 수동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과의 거룩함과 친밀함은 주체적인 선택에 대한 지지가 있다는것을 계속해서 느꼈다. 동시에 그것은 이 세상을 그냥 ‘나’의 존재로 살아가도 된다는 허락처럼 다가왔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세계와 다른 이의 세계의 크기를 비교하곤 했다. 

나는 나로만, 너는 너로만 살아갈수는 없는걸까?

 

# 함께함의 복됨

 나의 이런 고민은 함께함이 최고의 복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희미해져갔다. 인생이라는 수직선 상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속도는 어느정도인지 신경쓰기보다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내가 하나님과 함께하고 있는지를 확인 해야겠다는 것을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있는 이자리가 귀해졌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전에는 내가 누구에게 어떤사람으로 기억되고 평가되는 것에 집착했었더라면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일상을 함께하고 싶어졌다. 

 

# 종교언어의 incarnation

출애굽기를 배우며 새롭게 의미를 알게된 단어들이 많다.  거룩이라던가, 영광이라던가, 딱딱하게 알고있던 단어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면서 나는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성을 경험했다. 

 

# 안식

 그런데 아무리 쉽게 이야기 해봐도 와닿지 않는 말이 있었는데, 그건 “안식”이었다. 왜인지 나는 예배를 드리고, 큐티를 하고나면 한 숨 돌리자고 핸드폰을 만지게 되었다. 안식을 하나님과 함께함이라고 규명하고나니, 내가 여전히 하나님을 불편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안식은 하나님과의 만남이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과  있을때면 계속 무언가 해야할것만 같은 책임감에 휩싸이고 마는것이다. 

 

 안식은 진정한 만남이었다. 진정한 만남은 함께 있을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의 존재가 불안정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 처럼 말이다. 무언가를 하게된다면 그건 순전한 자발과 기쁨으로 인한 것이어야 했다. 나는 조금 더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했다. 하나님 안에서 쉬어보기로 했다. 

 

# 함께함

 출애굽기를 관통하는 핵심가치는 함께함이다. 이제 나에게 남겨진 것은 모세가 빌었던것과 같이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사모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다. 


 나는 ESF를 졸업했고, 교회는 여전히 어렵고, 출애굽기 일대일도 끝이났다. 그렇지만 출애굽기는 끝나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직 광야에 있다. 다시한번, 나의 삶이 광야구나 인정이 되고나니 "나의 삶은 광야다!"라고 선포한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나의 매일에서 묻어나왔으면 좋겠다. 돌고 돌아도 결국엔 함께하기위해 다시 또 걸어서 돌아오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남들이 쉽게 얘기하는 험한 길과 옳은 길도, 굳이 내 발로 걸어보고 싶다. 

 

# 바램과 결단

 나는 확실히 모세처럼 살고싶어졌다. 이스라엘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품고 하나님과 대면하며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었던 그의 삶이 정말이지 부럽다. 나도 아직은 구체화 되지 않은 나의 꿈과 나의 세계를 하나님 앞에서 발견하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 삶을, 매일 주어졌던 만나를 거두는 것처럼 내일의 만나를 조바심 내지 않고 살아내겠다. 오늘의 만나는 내일의 만나와 다르다. 내일의 만나로 오늘의 만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매일 주어지는 말씀과 상황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충분히 공급받기를 소망한다. 또 주어진 만큼 살아내고 내일을 기대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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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감은 ESF 졸업반이었던 정다운 자매가 1:1 성경공부를 통해 출애굽기를 샬롬복음의 관점으로 공부하고, 전체를 마치며 작성한 것입니다. 본인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다운 자매님은 성경을 함께 공부하기 이전에도 이미 씩씩하고 똑똑한 대학생이었지만, 출애굽기 말씀을 함께 공부하면서 완벽이 아닌 온전함과 진실함으로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담긴 마음을 헤아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주목하며 그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복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더 하나님을 신뢰할수 있었고, 그 하나님으로 인해 서로가 있는 모습 그대로 만나고 배우고 성장할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