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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복음으로 보는 영화 감상

영화 '천로역정: 천국을 찾아서'를 보고

by 샬롬보금자리 2019. 7. 1.

* 영화를 보고 여운이 남아서 정리해봅니다. 영화를 보려고 마음 먹고 아직 보지 않았다면 보신 뒤에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출처: Daum 영화

1. 어쩌다 이 영화를 보았나?- 구원으로의 초대

"우리가 책을 찾아 읽는 것 같지만, 사실은 책이 읽을 사람을 찾아온다"

 

언젠가 들어봤던 것 같은 대사인데... 참으로 오늘은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시는 날 같았다. 주일 오전 설교부터, 오후 설교까지, 주일 낮 청년 모임시간까지.... 전 방위적으로 내게 직접 속삭이는 말 같았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마지막 상영시간에 맞춘 영화 '천로역정'까지 그러했다. (극장에서 만난 집사님 한분은 표가 없어서 결국 영화를 못보셨다. ㅠ.ㅠ) 진작부터 아이들이 먼저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맨인블랙, 토이스토리4와 함께 6월에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올렸다) 한 것도 흥미로웠다.

 

출처: Daum 영화

*구원으로의 초대

영화에서 제시하는 구원의 초대는 먼저 떠난 순례자의 흔적에서 시작한다. 그를 조금도 긍정하지 않는 삭막한 분위기가 한편으로는 낯설고,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고개를 수십번 끄덕이며 공감했다.

 

모태신앙을 가졌기에 자연스레 교회에서 자랐지만, 내가 꼽는 뚜렷한 신앙의 변곡점은 대학시절 ESF(기독대학인회)에서 성경을 공부하면서다. 그 당시 내게 창세기를 가르쳐주던 선배에게서 현실 속에서의 신앙을 배울수 있었다. 사실 난 구지 선교단체에까지 들어가서 열성 기독교인이 되고 싶지 않았고, 행여라도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예수 잘믿고 사회적으로도 잘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말이다. 난 그곳에서 대학생활을 보냈고, 졸업 후에도 잠깐이지만 간사로 사역에 참여하기도 했고, 놀랍게도 지금은 내게 성경을 가르쳐주던 선배처럼 목사로 살고 있다.

출처: Daum 영화

2.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과 '나'

천로역정은 천국 가는 여정이다. 순례의 길이라고 표현된 그리스도인의 삶, 특히 죄의 무게를 통감하고 여기서 벗어나 왕이 베푸는 영생과 안식을 맛보기를 원해서 결단하고 떠나는 과정이다. 아이들에게 어려울법 한데, 만화 영화가 제법 잘 구성이되서 아이들이 익숙하게 보던 영화처럼 잘 보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스토리 한 단락씩 전개될때마다 내 양 옆에 앉아있는 초딩 아들들이 이런 키워드를 가지고 말을 걸어왔다. 

 

#두려움, #인내 #도움, #절망, #영원한생명, #나니아연대기

 

그동안 열심히 설명해도 전달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나눌수 있으니 신기했고, 대화를 나누는 내내 즐거웠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들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것들을 나눠보려고 한다. 

출처: Daum 영화

하나는 절망이다. 

절망의 감옥에 갖혀서 스스로를 학대하듯이 유기하는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내 삶에 있었던 너무 괴로워서 하나님께 삶의 의미를 묻고, 도움을 요청하던 삶의 순간이 되살아 나고 끔찍함을 눈으로 볼수 있게 그려지니 더 크게 공감되었다. 특히 이 절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희망의 열쇠임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금 나에게 참 소중한 장면이다.

 

출처: Daum 영화

다른 하나는 교만이다. 

크리스챤이라는 주인공이 사단의 앞잡이의 유혹에 이끌려 자신이 그동안 지나온 순례를 자랑하다가 교만의 덫에 사로잡혀 버렸다. 이런 자신을 다시 자책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포개어졌다. 내가 그러고 있는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고 자책하는 마음까지 그대로 옮겨왔다.

그 뒤에 이 교만의 덫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것은 보이지 않지만 함께 하는 이가 무시무시한 채찍질이었다. 주인공과 함께 덫에 매어 있다가 풀려난 친구가 "아팠다"고 하는게 와 닿았다.

아프구나... 그래 아프지.. 싶고, 그게 예수 공동체(진정한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혼돈(2단계)과 침묵(3단계)의 과정이겠구나 싶었다. 

 

출처: Daum 영화

마지막은 개인의 여정이다.

천국을 앞에 두고 주인공 크리스챤은 돌아가서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한다. 그러나, 전도자는 조금도 동조하지 않는다. 각자 개인의 선택으로 이 여정을 걸어야 하며, 그럴만한 소식이 충분히 알려져 있다고 한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에서 착안했을까? 여튼, 이게 새삼 용기를 주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중압감, 이 사회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부담감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해주었다.

 

 

4. 그리고 아쉬움.

영화는 크리스챤의 개인적인 여정이다. 그래서 죄의 문제, 성화의 단계를 우화로 잘 묘사했다고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복음이 무엇인지, 복음으로 사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태도로 살려고 하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몇가지 있다.

 

출처: Daum 영화

먼저는,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세상은 악하다. 고통스럽고, 유혹하거나 대적한다.

크리스챤이 여정을 떠나기전 살던 곳, 그리고 순례의 길을 가다가 만나는 허영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는 이미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곳을 묘사한 것 같다. 이런 악한 세상은 로마서나 에베소서에서도 말하는 영적인 차원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자칫 개인 복음에만 머물게 되기 쉽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들었다. 이게 아쉽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여기저기서 아멘 소리가 들릴정도로 호소력이 있으나, 결국 천국을 가는 개인의 여정 이외에 지금을 복음으로 살아가는 삶, 하나님 나라로 표현되는 사회 복음은 설 자리가 없다. 이미 로잔언약 이후로 개인 복음과 사회 복음의 균형이 요청된 바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다시 (악하고 무익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에 눈을 감고 (개인적인 두려움과 교만만을 다루는 것도 버겁기에?) 자신안에 함몰되어 버리지는 않을지 조심스러웠다.

 

출처: Daum 영화

두번째로는, 그 여정을 이끄는 복음이다.

영화의 시작이 되는 것은 죄의 무거운 짐이다. 영화에서 복음은 죄의 짐을 벗는 것, 황금길과 기쁨이 있는 왕의 나라다. 죄는 우리 인간의 실존에 있어서 무시할래야 무시할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죄를 사함 받는 것, 천국의 소망이 복음이다. 맞다. 죄인식 없이 구원을 갈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일상에 이미 임한 천국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쉽고, 잠깐 스쳐가듯 만나는 주님과의 동행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천국의 소망이 그저 이 세상보다 더 평화롭고 더 물리적으로 화려한 곳으로 그려질뿐, 천국을 헤아리는데 있어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 상대적으로 간과된 것이 아쉽다. 

 

이는 너희를 부르사 자기 나라와 영광에 이르게 하시는 하나님께 합당히 행하게 하려 함이라(살전2:12)

 

샬롬복음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하나님께 합당히 행하는 관계의 회복의 부르심이다. 그래서 복음은 이 생애 끝을 지나 새로운 차원에서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그 복음은 또한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 구원 받은 자로서의 삶, 회복된 하나님의 자녀의 삶(복음으로 사는 삶)을 살게 한다. 물론, 허영시장에는 없던 것들이 천국에 있는게 맞다. 존 번연이 마주한 시대가 그러한 면을 더 부각했을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오늘날도 그리 이해해도 될만큼 세상은 악하고 어렵다. 

 

하지만, 천국에 허영시장에 있는 것들이 순기능적으로 머물수는 없을까? 천국에 가서도 노래하고 춤을 추고, 축구 야구도 할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안해봤지만 PSP나 컴퓨터 게임을 예수님과 같이 하는 것은 불경한 생각일까? 이런 질문들은 다름 아닌 일반은총,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 세계와 지금도 섭리하고 있는 온 우주 만물이 이미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는, 그 하나님 나라이지 않느냐?!는 도전이다. 

 

6월30일 갑자기 이뤄진 남북미 정상회동

이런 아쉬움들은 교리적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장 밤에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 학교와 직장으로 나서는 이들이 살아야 할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다. 2019년 6월 30일 sns로 갑작스레 남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보며, 7월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주인공 '크리스챤'(영화속 주인공 이름)들의 이야기로 전환할수 있게 하는 가교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출처: Daum 영화

5. 나가며: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 나라

내가 주목하는 복음은 이미 받은 구원이다. 동시에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 있는 샬롬이다. 그 샬롬 안에서 베어나오는 사랑과 자유가 천로역정 그 어려운 길을 나아갈 소망과 용기를 준다. 그렇다고 그 길에 대한 관심이나 그 길을 걸어갈 힘은 나에게 있지 않다. 전적인 하나님의 택하심과 붙드심, 인도하심에 기초한다.

 

이토록 구원으로 이끄시는 완전하신 하나님, 그 분이 통치하시는 현재의 온 세계, 우주 만물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곳이 없다.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끝이 아님은 자명하다. 영화에서 조명하는 것처럼 크리스챤이 가야 할 곳, 가고 있는 곳이 있다. 죽음 너머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영광스럽게 들어가 믿음, 소망의 동역자들과 만나 기뻐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될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 나라다.

 

출처: Daum 영화

영화에서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주인공 크리스챤이 걸어갈 길은 이 세상에서 편한 길, 부요한 길, 남들에게 보기 좋은 길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다고 마냥 그 길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좋은 길이든 나쁜 길이든,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길을 가야 한다. "

동시에 참된 구원이신 그를 향해 가는 길이다. 이 길은 혼자 가는게 아니라 주님께로 가는 자들, 보이지 않는 이들과 함께 가는 길이다. 그래서 오늘 "천로역정" 영화는 나를 다시 성찰하게 하고 믿음의 동역자에 대한 갈망을 불어 일으킨다. 동역자가 정말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게 문제지만.. ^^;

 

분명 나는 순례자다. 하나님 나라를 (이미) 찾아서 떠난 순례자이며, 여전히 하나님 나라를 찾아서(seek & desire)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이다.  일단, 오늘 새삼스레 내가 나를 만나니 엄청 반갑다. 그리고 더 반갑게 동역자들과 천국을 맛보고 싶다.(죽고 싶다는거 아님요~ㅎ)

 

샬롬~(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