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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모음/함께하는 삶 이야기

브루더호프 (5)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by 샬롬보금자리 2020. 3. 12.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브루더호프에서 머물면서 느껴지는 또다른 주요한 특징은 바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입니다. 단순히 사유재산을 갖지 않고 모든 재정을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들이 공동체로 모여사는데 필요한 멤버로 서약하는 과정부터 결혼, 진로에 대한 부분에서 그런 태도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이미 앞서서 ( 2)스페셜 미팅, 멤버가 된다는 것에서https://shalomvil.tistory.com/77) 멤버로 서약하는 과정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들은 멤버가 되려는 목적, 동기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단순히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살기 위해 모여 사는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 멤버가 된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자칫 공동체로 모여사는 것만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질수 있지만, 이 부분에서 바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기에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진지하게 살피도록 한다고합니다. 부모님이 여기 살고 있고, 내가 여기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공동체로 부르셨음을 확인하고 자신의 의지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멤버로 살기로 서약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공동체에 남아주기를 바라면서도 자녀가 자신의 부르심을 공동체에서 찾지 못하면 온전히 그 결정을 존중하는 이런 모습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며,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이라 할수 있을 것입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 내에 길가에 핀 꽃 

  결혼 이야기

  브루더호프에 머물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고, 머무는 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해본 문제가 바로 결혼 문제였습니다. 우연찮게 호스트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어떻게 결혼하는지를 들었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남녀 단 둘이 만나는 개인적인 만남을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청년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다가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목사에게 찾아가서 상담을 한다고 합니다. 그럼 목사가 정말 그 형제, 그 자매가 내게 돕는 배필인지, 내가 그를 위한 배필로 부름을 받았는지를 점검할수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그 뒤로 그런 마음이 어느정도 확실해지면 목사의 허락을 받고 편지를 주고 받는다고 합니다. 전화통화도 아니고 카톡도 아니고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 받는데,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공동체에 떨어져 있어서 한번 연락하는데 몇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일이 지금 2020 원더키즈가 예고되었던 오늘날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서 무척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한 형제는 자기 아내가 자기 이전에 다른 형제를 좋아했었는데, 목사와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서 아내가 그 형제를 좋아하는 이유가 우람하고 힘이 있어 보이는 남성미에 끌린 것이었지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아는 것이  혹시 기분이 안좋지는 않느냐고 물었는데.. 오히려 자신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고 자기 그대로를 돕는 배필로 여기는 것이라서 기쁘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결혼에 대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 참 소중해 보였습니다. 

  물론 그래도 살면서 갈등을 경험하기에 때로는 아이들 때문에 때로는 부부 사이의 문제로 공동체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이혼을 금하기에 이혼을 한다면 공동체를 떠나야 한다고 함) 하지만 이런 일을 두고 뒤에서 수근거리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들의 어려움과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다른 공동체에 머물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고, 할수 있으면 갈등이 있는 부부가 회복할수 있도록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며 돕는다고 합니다. 교회 내에서 가정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 쉬운 한국교회의 현실과는 참 다른 면이라서 새로웠고, 가정과 공동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삼아 살려고 하는 모습이 참 도전이 되었습니다. 

티타임 시간에 이동중인 사람들

맡은 역할과 소명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의 또 다른 본보기는 세상의 관점에서 통용되는 "직업"입니다.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목사도 있고, 학교 교사도 있고, 공장 엔지니어, 텔레마케터, 세일즈맨, 요리사, 운전기사, 농부를 비롯해서 공동체가 유지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일들을 나누어서 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신비가 현실로 바뀌는데, 바로 순종과 소명에 따라 그 일을 한다는 겁니다. 

  우선 목사는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목사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목사가 됩니다. 어릴적부터 봐오며 목사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추천하고 공동체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도 당연히 목사 가정으로 목양 사역에 집중합니다. 요청을 받은 사람이 거절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셨는지를 확인하고 응답하는 의미로 수락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목사를 하고 싶다고 할수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 공동체에 1-3명의 목사가 있다고 하니 그 공동체 안에서의 끈끈한 관계가 헤아려집니다. (재세례파 특징을 가졌기에 예배를 위한 목사가 아니라 목양을 위한 목사) 비인가 신학교에서 양성되는 정체불명의 목사들이 난무하고, 신학교도 사학재단으로 영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다른 모습이어서 더 새롭게 보였습니다. 

  목사 이외에도 다른 직분도 동일한 원칙으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본인이 수락하는 과정을 통해서 역할이 정해집니다.  개인 의사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본인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공동체 멤버는 공동체의 요청에 순종하는 것이 멤버라고 하니, 일차적으로는 소명을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순종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산책로를 걷다가 찍은 사진

 


브루더호프 : 노래하는 사람들 (영국 브루더호프 탐방기)

1. 브루더호프에는 왜 간거야? : 사랑으로 사는 삶을 찾아서  
2. 브루더호프에서의 삶
   1) 노래하는 사람들의 일상: It is simple. 
   2) 그들의 스페셜 미팅 Special meeting
   3) 사랑과 섬김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 
   4)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현재 글)
   5) 공동체에서 자란 다음 세대의 진로.  (다음 글)
   6) 안식있는 삶
   7)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 
3. 내가 본 것, 그리고 내가 찾는 것